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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산 빵집 이성당 일가와 61세 여성 노동자의 눈물

그들은 왜 표준근로계약서를 조작했나
승인 2021.06.23 16:54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1.05.24 08:58]

[61세 노동자 최씨는 이성당 안집과 이성당이 소유한 호텔에서 일하다 뇌출혈 증세로 쓰러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이윤찬 · 강서구 기자]
■ 1959년생 여성 노동자 최씨
■ 이성당 가사도우미 겸 호텔 노동자
■ 오전 9시~오후 6시 안집·호텔 업무
■ 호텔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 호텔 측 표준근로계약서 조작해
근로복지공단 군산지사에 제출
■ 최씨 “근로계약서에 서명 안해”
■ 호텔 “최씨 서명 안해” 조작 시인
■ “합의한 것이어서 문제 없어” 반박

# 노동자이자 가사도우미
= 61세 여성 노동자 최○○씨가 군산 소재 ‘호텔 항도(이하 항도장)’ 앞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건 3월 29일 11시50분께였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토가 나올 것 같다”며 남편에게 급하게 전화를 건 지 2분여 만이었다. 최씨는 항도장의 객실·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노동자이자 항도장 대표 B씨의 집안일을 하는 가사도우미였다.

최씨가 항도장 일가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0월 중순이었다. 그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한 사람은 항도장 대표 B씨의 모친 A씨였다. A씨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니다. 전국 3대 빵집 중 한곳인 군산 이성당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지분율 85.0%)다. ‘유한회사 이성당’을 통해 항도장을 지배하는 이도 A씨다. 쉽게 말해, 최씨는 이성당 일가의 일을 하는 노동자였던 셈이다.

# 업무의 과한 중첩 = 사건의 발단은 올 1월 15일 항도장에서 발생한 ‘결원缺員’이었다. 이성당 대표 A씨가 최씨에게 “안집 가사家事와 항도장 객실 업무를 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근무 시스템이 달라졌다.

최씨의 말을 들어보자. “… 오전 9시 전에 이성당 안집으로 출근해 청소·빨래·설거지 등 가사를 하고, 9시20~30분 항도장으로 이동해 오후 1시 무렵까지 객실 청소를 했어요. 그 이후 이성당 안집으로 다시 이동해 오후 6시까지 가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업무가 중첩되면서 월급도 ‘이원화’됐다.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이성당 대표 A씨가 줬다. 항도장의 월급은 회사명으로 지급됐다. 각각 100만원, 80만원이었다.

# 3월 29일 끔찍한 기억 = 61세 여성 노동자에게 가사와 호텔 일을 동시에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이성당 안집 일은 일주일에 한번 쉬었지만, 호텔 일은 주말에도 쉴 수 없었다. 그러던 최씨에게 ‘뇌출혈’이란 병마가 찾아온 건 앞서 언급했던 3월 29일이었다.

그날 최씨의 행적은 항도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노동자 정○○씨의 진술을 통해 알 수 있다. “… 오전 11시30분 최씨가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잠깐 누워있으라고 했다. 잠시 후에 가봤더니 좌변기에 토를 하고 있어서 등을 두드려줬다. (참을 수 없었던지 최씨가) 11시48분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최씨를 입구로 부축해 나와 도로에 앉혀놓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최씨는 원광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밝혀진 최씨의 병명은 ‘뇌 지주막하 출혈’, 뇌출혈이었다.

[호텔 항도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최씨의 표준근로계약서(위에서 두번째). 이름 옆에 한글 ‘최’라는 서명이 보인다. 하지만 최씨는 평소 ‘한문 최崔’로 서명을 한다(위에서 첫번째와 세번째). 최씨 모르게 누군가 서명을 대신했다는 거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 겉과 속은 달랐다 = 항도장 측은 최씨가 쓰러지자 기민하게 대응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여 만인 4월 16일 항도장은 근로복지공단(군산지사)에 ‘근무시간 오전 9~11시, 매주 5일 근무’란 내용이 적힌 최씨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최씨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만큼인) 하루 평균 2시간 근무했다”고 쓰여있는 동료 노동자 정씨의 진술서도 첨부했다.

하지만 이는 최씨의 ‘업무상 재해(산재)’를 빠르게 처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숨은 생각은 그 반대였다. 항도장은 근로복지공단 측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 “…업무상 재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두통을 호소한 장소는 항도장이 맞지만 우리 근무시간과 업무를 고려했을 때 회사에서의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 가짜 근로계약서의 덫 = 기업이나 사업체가 ‘산재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순 있다. 근거가 확실하다면 그건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항도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표준근로계약서는 ‘가짜’였다. 최씨는 “계약서를 본 적도, 계약서에 서명署名한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이 계약서엔 최씨의 서명이 버젓이 기재돼 있다. 서명된 글자도 평소 최씨가 쓰는 ‘한문 최崔’가 아닌 ‘한글 최’였다. 누군가 나쁜 의도를 품고 ‘가짜 서명’을 했다는 얘기다.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는 ‘근로시간 오전 9시~11시, 매주 5일 근무’란 내용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최씨 측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온종일 일했는데, 자기들 맘대로 근로시간을 쪼갰다”면서 “주말도 없이 일한 사람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며 혀를 찼다.

# 조작된 동료 진술 =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가 하루 2시간 일했다’는 내용이 담긴 동료 정씨의 진술서 역시 조작의 결과물이었다. 항도장이 자신의 뜻을 왜곡한 진술서를 근로복지공단에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정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박문을 다시 제출했다.

“… 본인(정씨)은 2021년 4월 23일 10시58분에 근로복지공단 군산지사 재활보상부에 방문했습니다. 항도장이 제출한 본인의 진술서는 2021년 4월 19일 항도장 직원이 최씨의 근무시간을 불러준 대로 작성한 것으로 사실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지난 5월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가사근로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가사도우미도 퇴직금·4대 보험·유급 휴일·연차 유급휴가 등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최씨는 이성당 안집의 가사도우미이자 이성당이 소유한 호텔의 근로자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논란에 이성당과 항도장 측은 “최씨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건 사실이고, 그건 우리의 잘못”이라면서도 “하지만 합의된 내용을 문서화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동료 정씨의 진술서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엔 “최씨 남편이 정씨를 협박해서 말을 바꾼 것뿐”이라고 주장했다.[※참고: 정씨는 더스쿠프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최씨 남편이 협박한 적 없다”고 말했다.]

# 힘없는 노동자의 한탄 = 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이자 전국 3대 빵집으로 꼽힌다. 매출액은 200억원, 임직원은 70여명에 육박한다. 이런 기업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면서 벼랑으로 몰아세운 이는 키 158㎝ 몸무게 45㎏의 61세 여성 노동자이자 가사도우미다. 이성당 일가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성당에 드리운 ‘오판과 오만의 그림자’를 단독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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