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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맨땅에 헤딩⑤] 어린 어른들을 위한 나라를 찾아서

영국·미국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선진적
머무르기·곁에 두기 정책 적절히 조화 이뤄
경제·정서·사회 등 다양하고 탄탄한 지원 체계
자립지원, 공공의 책임·당사자 소통 강화해야
승인 2021.06.23 16:25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0.11.27 15:57]

경제적 문제나 가정문제, 학대를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의 보호 아래 성장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어릴 때 일이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시설의 보호 아래 정해진 대로 살아왔던 생활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하는 자립 후 삶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는 독이 돼 보호종료청소년을 빈곤으로 내몰기도 한다.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기는 하나 스스로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 생활환경에 변화를 겪는 보호아동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미비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경제적 독립’으로써의 자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열여덟, 맨땅에 헤딩] 시리즈를 통해 6편에 걸쳐 자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해 어려움을 겪는 보호종료청소년의 삶을 조명해 봤다. 보호종료 당사자들을 만나 남들과는 다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자립 준비와 이후 생활,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불어 전문가들을 만나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자립 정착을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고찰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투데이신문=전소영·김태규 기자] 보호종료청소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회 이슈다.

각 국가에서는 보호종료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운영하는데, 영국과 미국은 가장 구체적이고 선진적인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국가로 높이 평가된다.

영국과 미국의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정책은 완만한 이행기를 거쳐 독립적 성인으로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부모가 자녀에게 제공해 주는 지원을 국가가 유사한 수준으로 지원한다.

국내 아동·청소년 분야 전문가들도 두 국가의 보호종료청소년의 지원 및 정책에 주목하며 공공의 책임성, 사례 관리 일환으로서의 자립계획, 장기적인 경제적 지원 중심의 한국형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정책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英, 적당한 시기·적당한 거리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허민숙 입법조사관이 발간한 보고서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방안’에 따르면 영국의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정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머무르기(Staying Put)’와 ‘곁에 두기(Staying Close)’다.

2014년 ‘아동과 가족법(Children & Families Act)’을 근거로 각 지방정부에게 18세 이상 보호종료청소년에 대한 ‘머무르기’ 정책 시행을 의무화했다. 당사자의 요청 및 필요에 따라 자신이 지내온 보호시설 및 기관에서 21세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한 것이다.

자립한 보호종료청소년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되, 보호받아온 시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주하도록 하는 ‘곁에 두기’ 정책을 적용한다.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안정감을 주고, 점차적인 독립 이행을 돕고자 함이다.

개개인을 위한 상담사, 퍼스널어드바이저(Personal Advisor) 지정 제도도 있다. 개인상담사는 성공적으로 성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실제적이고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2000년에 제정된 ‘보호종료법’의 일환으로 보호대상아동이 18세가 될 때까지, 재학 중이라면 21세까지 개인상담사를 지정받을 수 있다.

지방정부가 이 제도를 의무화하면서 연령이 상향조정됐고, 현재는 모든 보호종료청소년이 25세가 될 때까지 개인상담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은 특히 주거를 핵심 자립 정책으로 간주해 ‘아동(위탁보호)법(Children (Leaving Care) Act 2000)’에서 보호종료청소년의 주거와 관련해 지방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화했다. 불안한 주거환경은 단순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고용 등의 문제로 확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동(위탁보호)법(Children (Leaving Care) Act 2000)’에서 보호종료청소년의 주거와 관련해 지방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화했다. 더불어 취약계층이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을 규정한 노숙인보호법(Homelessness Act)의 주요 정책 대상으로 보호종료청소년을 꼽고 있다.

이 밖에도 보호종료청소년을 장학기금의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며, 교육 과정에서 소비되는 의류비, 도서구입비, 여비, 점심식대 등을 위해 한화 기준 연간 약 180여만원을 지원한다.

취업과 관련해서는 고용정책을 맡고 있는 중앙 정부부처 산하 ‘직업센터 플러스(Jobcentre plus)’에서 청소년의 실업을 해소하고자 청소년 의무(Youth Obligation)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보호종료청소년 혹은 보호종료가 임박한 청소년들이다.

또 취업지원 시에는 면접에 필요한 의류비용, 운전면허 취득 비용 등을 지원해 취업에 필요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

[ⓒ게티이미지뱅크​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美, 탄탄하고 특화된 지원체계

미국도 영국과 비슷하게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지원체계가 탄탄하다.
보호기간 확대가 보호대상아동의 학업성취 및 경제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위탁보호 연계와 입양확대법을 통해 보호종료청소년의 보호종료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연장했다.

다만 각 주정부가 연령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21세로 연장하는 주정부에 대해서는 보호기간 연장에 필요한 비용을 재정상환해주기로 했다. 2018년 3월 기준 약 26개주와 콜롬비아 자치구에서 이를 따르고 있다.

또 CFCIP(Chafee Foster Care Independence Program)를 통해 교육과 고용, 재정운영, 주거, 정서 지원, 멘토 지정 등 보호종료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한다.

특히 이 프로그램 중 교육과 관련해서는 ETV(Educational and Training Vochers Program)을 설립해 각 주정부에서 정한 자격조건을 충족한 보호종료청소년은 미국 고등교육법에서 인정한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연간 5000달러(한화 약 56만8900원)의 지원금이 23세가 될 때까지 혹은 최장 5년 동안 지급된다.

이 밖에도 주정부들이 자체적으로 보호종료청소년의 대학진학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거의 경우 세입자가 자신의 총소득의 30%만 월세로 지불하도록 하는 월세금 보조금 지원사업 공공주거 및 주거선택 바우처 프로그램(Public Housing and the Housing Choice Voucher)의 우선권을 보호종료청소년에게 주고 있다.

취업은 연방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각 주정부가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청소년만을 위해 마련한 특화된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부가 저소득 취약계층 중에서도 보호종료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활동(Youth Activities)과 직업 안정단(Job Corps)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허민숙 입법조사관이 발간한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방안’ 보고서 자료 재구성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국가가 부모가 돼주는 길

영국과 미국은 보호종료청소년들의 연령 범위를 보다 넓게 보고, 이들이 완만한 전환기를 거친 후 독립적인 자립을 목표로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안정적인 자립을 위한 보호를 이어가고 있다. 자립지원프로그램을 평가하거나 설계할 때 청소년 참여 보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교육, 주거, 취업,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역할과 비슷한 수준으로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들 국가들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때를 자립 시점으로 보고 자립의 책임과 의무를 보호대상아동에게 부과하지 않는다. 보호종료청소년이 점진적 이행과정을 통해 성인으로 자립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국가와 사회의 도덕적 의무로 본다. 보호종료청소년 지원 정책 설계와 시행 기준이 ‘합리적인 부모라면 자녀에게 어떤 지원과 지지를 보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에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시혜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지원과 지지 차원에서 정책과 법 제도가 마련됐다.” - 허민숙 입법조사관

반면 우리나라는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 있고, 지금도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당사자가 아닌 정책담당자들이 있다. 게다가 모르면 못 받는, 알아도 받기 어려운, 지원 수준이나 내용도 지역에 따라 제각각인 시스템상의 큰 구멍이 있다. 또 자립에 있어 심리·정서적 측면의 역량 강화는 경제적인 부분 만큼이나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지원 체계를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보호종료청소년의 관점에서 정책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상 자립지원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긴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지자체에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경우 공공의 책임이 매우 명확하다. 보호종료쳥소년 관련 선행 연구를 찾을 때 외국 사례를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도 최근 자립수당, 주거지원 등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명확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보니 늘어난 지원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강현주 교수

“우리나라 정책들은 보호종료청소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영국과 미국은 자립지원프로그램을 평가하거나 설계할 때 청소년 참여 보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어떻게 자립하고 싶은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호종료청소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 국제아동권리센터 김희진 변호사


보호종료청소년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 정책들이 자립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인력 충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보호종료청소년은 돈 뿐만 아니라 옆에서 도움을 주거나 상의할 사람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는 자립전담요원이 있지만 한 사람당 맡아야 하는 보호종료청소년 수가 워낙 많아 가까이에서 일일이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퍼스널 어드바이저 제도를 두고 있는 영국은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된다.우리나라는 경제적 지원, 인프라 구축에는 적극적이지만 인력 투자에는 미흡한 상황이다. 경제적 빈곤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실상은 관계적 빈곤이 더욱 심각하다. 보호종료청소년이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보호종료청소년에게 경제적인 지원이 가장 급급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생긴 제도 중 하나가 자립수당인데, 매월 30만원의 지원금을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역량이 갖춰졌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지원금을 사용하는 데 있어 필요한 분별, 판단, 절제 등의 역량을 길러줄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관리해 줄 인력, 사례관리사가 필요하다. 사례관리사를 통해 일찍부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립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강현주 교수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자립은 마치 시소와 같다. 시소는 중심축이 정중앙에 위치해 양쪽의 무게 균형이 맞아야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듯, 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축이 돼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생계·주거·진로·심리·정서 등 다방면에 대해 균형 잡힌 지원이 이뤄져야만 비로소 성공적인 홀로서기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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