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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 노동자 고 장덕준 씨 산재 인정, 사측 첫 공식 사과

쿠팡 뉴스룸 “애도와 사과의 말씀 전한다”…장 씨 모친 “전화 한 통 없는 입장문, 진정성 없어 못 받아들여”
승인 2021.06.23 19:33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전

[보도일시 2021.02.10 09:17]

[일요신문=박현광 기자]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과로사한 28세 고 장덕준 씨 죽음이 2월 9일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쿠팡은 같은 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할 동안 ‘심심한 위로’만을 전하던 쿠팡의 첫 사과였다.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전화 한 통 없이 입장문을 내는 쿠팡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 장덕준 씨 사망이 과도한 업무로 발생한 산업재해라고 판단하고 2월 9일 오전 이를 고 장덕준 씨 부모에게 알렸다. 장 씨는 2020년 10월 12일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욕실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1년 6개월 동안 쿠팡에서 일용직으로 야간 노동을 해왔던 장 씨였다. 야간 근무인 점을 고려했을 때 장 씨는 최대 주 70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몸무게 75kg이던 장 씨는 쿠팡에서 근무하는 동안 15kg가 빠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위원들이 2020년 10월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점심시간 중 10월 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고 장덕준 씨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장 씨의 아버지 장광 씨가 무릎을 꿇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은 2월 9일 저녁 ‘쿠팡 뉴스룸’에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쿠팡의 첫 공식 사과다. 쿠팡은 “대구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고 장덕준 님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는 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고 장덕준 님에 대해 다시 한번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는 쿠팡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미숙 씨는 “그동안 쿠팡 관계자와 여러 차례 만났지만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산업재해 판정이 나오기 전에 사과할 수 있었지만 쿠팡은 그러지 않았다”며 “산업재해 판정이 나오니 이제야 사과했다. 쿠팡은 유가족에게 따로 전화 한 통 주지 않고 입장문을 올렸다.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가 10월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고용부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아들이 근무했던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장덕준 씨 부모는 아들이 일했던 물류센터를 방문하거나 국회의원의 중재로 쿠팡 관계자와 여러 차례 만났다. 쿠팡을 대표해 국회 국정감사에 나왔던 엄성환 전무와 만나는 자리도 있었지만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

박미숙 씨는 “아들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을 해도 쿠팡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을 수 없었다. 산업재해 신청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여론의 관심을 받고,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었는데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었다”며 “아직 바뀐 게 없다. 적절한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 생각한다. 산재 판정 소식에 덤덤하다. 그렇다고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쿠팡은 그동안 고 장덕준 씨 사망은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쿠팡은 고 장덕준 씨가 사망하고 4일 뒤인 2020년 10월 16일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억지로 택배 노동자 과로 문제와 연결시키며 쿠팡을 비난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약 44시간이었다”며 “고인과 같은 단기직 직원까지도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모니터링한다. 쿠팡의 단기직 노동자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 그리고 업무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10월 27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엄성환 쿠팡풀필먼트 전무는 국감에서 장덕준 씨 죽음에 관해 사과를 요구하는 위원들의 요구에 끝까지 버텼다. 당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스물일곱 살이 야간 근무한 뒤 쓰러져서 죽었다. 그런데 회사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 버티고 있다.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엄성환 전무는 “고인과 그의 가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달 드린다”고 답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로를 드린다고 하는데 사과 뜻이죠?”라고 묻자 엄성환 전무는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윤준병 의원이 다시 한번 “그게 사과의 뜻이죠?”라고 물었지만 엄성환 전무는 “말씀 그대로 이해해달라”고만 말했다. 엄성환 전무는 당시 국감에 참석한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지 않고 돌아갔다(관련기사 [현장] “사과냐?” “심심한 애도” 국감장 선 쿠팡, 끝내 사과 없었다).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가 10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근무 후 집에서 숨진 고 장덕준 씨와 관련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은 국감이 끝난 2020년 10월 27일 저녁 ‘쿠팡 뉴스룸’에 ‘대구 물류센터 단기직 사원의 사망과 관련된 사실 왜곡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쿠팡은 “고인은 업무가 힘들어서 바꿔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언제든 자유롭게 업무 변경을 요청할 수 있었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고인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44시간이다. 사실 왜곡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팡은 장덕준 씨 죽음은 과로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담긴 입장문을 여전히 ‘쿠팡 뉴스룸’에 게재하고 있다. 고건 쿠팡발코로나19피해자모임 대표는 “쿠팡의 공식적인 첫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쿠팡이 오는 국회 청문회를 의식해서 사과를 한 게 아닌가 의심한다”며 “쿠팡은 코로나19 피해자를 포함해 수많은 사과 요구를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2월에 열리는 임시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 배경엔 1월 13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5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있다. 이 자리엔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참석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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