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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아파트 하자 분쟁…입주민-건설사 간 강대강 대치 심화

[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②] 매년 커지는 갈등의 이유는
폭등한 가격에 걸맞은 집 원하는 입주민 vs. 文정부 규제 피하고 싶은 건설사
"주원인은 부실공사 자체가 증가했다는 것…인력 수급·낡은 관습·자금 조달"
승인 2021.06.23 19:02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1.01.06 11:25]
[시사오늘=박근홍 기자]
#1.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건설업체 A사(社)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주민들을 상대로 지난해 하반기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A사가 제기한 조정 요청사항은 아파트 외벽 균열·오염, 승강기 고장, 보도블록 파손 등이었다. 입주민이 아닌 시공사가, 그것도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역으로 하자분쟁 조정을 신청한 건 드문 일이었고,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사는 조정 신청을 취하하겠다는 조건을 적극 활용하며 하자보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갔고,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자 약속대로 조정 신청을 취하했다.

#2. 최근 착공 때부터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입주예정자협의회가 늘고 있다. 공사 초기 시행·시공사와의 협의 단계부터 각 공정별 품질 검수, 성능 테스트, 오시공 여부, 그리고 입주 후 하자보수와 보완공사 협상 등을 모두 전문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시행·시공사가 입주민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필요는 없는 데다, 법무법인 자체도 향후 부동산 등기 수수료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시행·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성실하고 능력이 좋은 법무법인을 선임했다면 입예협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이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파트 부실시공, 하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글과 무관 ⓒ pixabay]

아파트 부실시공을 둘러싼 입주민과 시행·시공사 간 갈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의 '공동주택 하자분쟁 방지 및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 내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하자심사 또는 하자분쟁 조정 건수는 2010년 69건을 시작으로 2013년 1954건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424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후 증가세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2020년 8월 기준 2915건 등으로 다시 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5년 8개월 간 연평균 접수 건수는 약 4000건에 이른다.

또한 최근에는 앞서 소개한 사례들과 같이 입주민과 시행·시공사의 강대강 대치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실시공 또는 하자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인 하자분쟁 조정을 역으로 이용하는 건설사, 아파트가 올라가기 전부터 법률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 시행·시공사를 압박하는 입주민들, 심지어 하자진단업체와 변호사가 등장해 하자 관련 소송을 적극 권유하는 기획소송도 확산되는 추세로 전해진다. 2018년에는 한 대형 건설사가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입주예정자들을 '미친 강성', '강성' 등으로 표현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이처럼 아파트 부실시공·하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매년 증폭되는 요인으로 통신 발달·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로 입주민 조직화·단체행동과 정보 공유가 용이해진 점을 주로 꼽는다. 시공 품질은 이전과 동일하거나 기술 발전에 따라 오히려 상향됐음에도 입주민들의 불만이 늘었기 때문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논리다.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점도 종종 언급된다. 실제로 2018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7월까지 37건의 부실시공 사업장에 총 48건의 제재가 내려졌는데, 이중 경징계가 66.7%에 달한 반면, 공사중지·영업정지·형사고발 등 중징계는 4.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는 공동주택 품질 향상을 위해 부실벌점제 강화, 부실벌점 연계 선분양 제한·영업정지, 입주예정자 사전방문·품질점검단제 도입 등 부실시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실시공'이나 '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가 업계 내 조성됐고, 이것이 갈등 심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경기 화성 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게 그 계기였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 연도별 하자심사 분쟁조정 실적 ⓒ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 사이 아파트 수요가 높아진 데다, 집값까지 폭등한 만큼 그에 걸맞은 상품을 원하는 심리가 강해져 입주예정자와 입주민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걸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아파트 하자빈도는 골조, 창호, 방수, 미장, 수장, 타일, 도배, 도장, 단열 등 주로 마감공사와 관련된 10개 공정에서 높은 편으로, 부실시공·하자 분쟁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준공 1~2년차 하자인 마감재 하자가 대부분이다. '품질'에 대한 입주민들의 욕구가 높아진 것이다. 앞선 기사에서 보도한 내용도 이와 같은 사례다([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①] 겨울 한파에 타일 깨지고, 결로 생기고…부실시공 의혹 아파트 속출,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548).

또한 집값 폭등으로 과거에 비해 부실시공·하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한 입주민들의 부담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자보수가 아닌 손해배상금 또는 위자료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다툼에 나서는 입주민들이 최근 증가한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부실시공·하자 분쟁이 끊이질 않고 이에 따른 갈등이 격화되는 핵심 원인은 부실공사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장 인력 수급 불균형,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저질 건자재 사용 등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한 낡은 악습,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술자들, 독립성이 없는 감리자, 그리고 자금 조달 문제 등이 그 배경이다.

[신년기획|아파트 부실시공 OUT③]에서는 아파트 부실공사가 증가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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