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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한국인에게 집이란(上-문화·인식) “집은 생계유지 위한 최후 울타리…누가 남에게 빌려 쓰겠나”

안정적 생계 위한 필수품, ‘영끌 매입’ 공감대
아파트 문화 확산…주택 소유 욕구 일부 충족
“국민 정서 어긋난 정책 기조 전면 수정돼야”
승인 2021.06.23 16:55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1-05-05 00:07:00]

[▲ 한국인들에게 집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10명 중 9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집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우리사회 구성원들은 ‘집 하나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사진은 1기 신도시인 분당에 자리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문용균 기자] 최근 정부·여당 내에서 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주택에 대한 인식에 있다고 보고 기존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전환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시도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정서와 한참 동 떨어져 있어 관련 시도 자체가 의미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있어 집이란 존재는 단순 자산 개념에서 벗어나 삶의 목적과 직결돼 있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에 대한 국민 인식은 예로부터 내려온 문화와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과거 농경사회 시절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땅을 최우선으로 삼던 문화가 산업화를 거치면서 고스란히 집으로 옮겨간 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에게 집은 생계 그 자체인 셈이다.

여전히 우리 국민은 내 집 마련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일례로 1기 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개관한 견본주택엔 말 그대로 구름인파가 몰려들었다. 지난해엔 더 이상 기다리면 평생 집을 값이 너무 올라 집을 못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데 2030세대의 ‘영끌’ 매입 열풍이 불었다.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선 주택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임대아파트 거주는 우리 가족의 생계를 남에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주택보유의식(2019년)은 84.1%로 대부분 주택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8년(82.5%)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40세 미만에서 76.9% △40-49세 84.7% △50-59 85.2% △60세 이상 89.2% 등으로 젊은 세대조차 8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소득별로 보면 △하위 78.2% △중위 85.9% △상위 91.4% 등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보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주거안정’이 89.7%로 가장 많았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직방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087명 중 69.1%가 올해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매입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기존 아파트(46.9%)를 매입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통계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기 신도시인 ‘평촌’에서 살고 있는 60대 이정신 씨(남·가명)는 “1990년대 초로 기억한다. 당시 1기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청약 열기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없지만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으면 채권입찰제라는 것이 있었다”며 “아파트라는 신식 주거환경,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해 인기가 높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 가난과 굶주림을 떨치고 안정된 삶을 살고자하는 DNA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임대 아파트의 인기가 없는 것도 ‘내 집’이 아니어서 어딘가 모르게 안정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며 “향후 인식이 나아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주변엔 임대아파트에 살면 생계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김철규 씨(남·가명)는 “우리나라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면 땅 혹은 집부터 사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된다”며 “삶의 터전이 생계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고 듣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 집을 짓고 싶지만 땅은 한 정돼 있다 보니 더 높게 올리게 됐다”며 “이 때문에 아파트가 인기가 많은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런 아파트가 점점 더 기술적으로 진보하며 주거 트렌드를 이끌게 됐다”며 “그 결과 아파트가 고급 주거지를 의미하게 됐고 이는 아파트 중심의 주택 시장이 형성되는 토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들도 아파트에 살아보면 왜 그 값을 주고 사는지 이해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대 아파트에 살라고 하는 것은 국민 정서를 너무 모른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인에게 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최후의 보루…국민 정서 부정하는 정책 없애야”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한 청년은 “20·30세대가 오늘만을 위해 소비하고 인생을 즐기려고만 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집값이 너무 오르고 일 할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삶에 내몰린 것이다”며 “내 집 마련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견본주택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 [스카이데일리DB]]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40대 김지수 씨(여)는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며 “14년 전 집을 샀을 때도 집값이 많이 올라 있었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집을 산 이후 더 좋은 동네로, 더 큰 평수로 이사 가기 위해 부부가 치열하게 살았다”며 “가장 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교통이 나쁘지 않은 곳에 집을 샀고 현재는 꽤 많이 올랐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 때도 집값이 월급과 비교해 쉽게 살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결혼하는 친구들은 대출금까지 전부 막혀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수년 이상 전세나 반 전세를 살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2기 신도시 ‘판교’에 자리한 IT회사에 다니는 30대 김영주 씨(남)는 “文정부 들어 집값이 너무 올라 노동소득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낀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직장 동료들도 집값만 안정돼 있으면 집을 사고 싶다. 집을 사면 아이도 낳을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며 “대다수의 젊은 청년들은 하루를 착실하게 살며 차곡차곡 목돈을 모으는데도 집을 사지 못하는 현실이 한스럽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주택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보단 ‘소유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정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다수가 집을 사고 싶어 한다. 여건이 되는데 집을 굳이 안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현재 젊은 세대도 값이 너무 올라 집 사는 것을 포기한 것이지 안 사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민에게 있어 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험이자 최후의 보루다”며 “결국 정부는 우리 국민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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