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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성폭행 폭로①] 회사는 ‘쉬쉬’ 피해자는 고통, 가해자는 징계 없이 ‘퇴사’

직장상사 강간미수 회사에 알렸지만, 회사는 사건 축소에 급급
피해자, 가해자 합당한 조치와 추가조사에 회사는 사실상 방치
"대한항공, 문제 생기면 덮고자하는 조직…개선의지 없고 무책임"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회사, 조용히 무마해선 예방효과 없어" 지적
승인 2021.06.24 02:41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투고일 2020-09-24 08:00]

아시아타임즈는 최근 대한​항공 직원으로부터 성범죄관련 제보를 받았다. 직장상사 B씨(남)가 부하직원 A씨(여)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사건은 2017년 7월의 일이다. 하지만 A씨는 과거 한 차례 성희롱 피해자로 각종 고초를 겪었던 터라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3년 만에 이 사건을 회사에 알린다. 이유는 대한항공의 조직문화(인맥과 성차별, 불투명한 인사시스템)가 바뀌지 않으면 더 큰 부당함과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제는 회사가 최소한의 처리로 사건을 조용히 덮은 것은 물론 재발방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지는 이 사건을 통해 대한항공 내 부재하고 있는 성범죄 대처 매뉴얼과 뿌리 깊이 박힌 오너 중심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이 사내 성폭력 사건을 신고 받고도 가해자를 징계절차 없이 퇴사시키고, 사건을 축소하려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 A씨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3년 전의 일을 회사에 신고하고 가해자가 저질렀을 추가 행위들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지만, 대한항공은 구속까지 가능한 명백한 직장 내 범죄 행위를 가해자를 조용히 퇴사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함께 진정한 내용에 관한 조사에 대해서는 덮으려했다는 내용이다.

[▲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이 사내 성폭력 사건을 신고 받고도 가해자를 징계절차 없이 퇴사시키고, 사건을 축소하려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24일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장상사 강간미수 사건은 지난해 12월10일 회사에 신고 됐다. 피해자 A씨가 성범죄 및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된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당한 인사이동에 대한 진정서를 낸 것이다.

피해자는 먼저 회사에 가해자인 B씨에 대한 분리 조치와 함께 철저한 조사 및 합당한 조치를 요청했다. B씨는 30년 넘게 근무한 보직자로서 직원의 약점 파악 및 사후 대처는 물론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동일 장소에 근무하기 때문에 B씨의 인맥과 친분이 있는 직원들로부터 2차 가해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이어 A씨는 가해자에게 당한 사람이 자신 외에 더 있을 수 있다며 회사에 추가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도 함께 요청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피해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게 일관했다. 가해자는 제대로 된 조사와 징계절차 없이 퇴사 시켰고,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신분 노출이 되지 않으려면 덮자’는 식으로 회유까지 했다.

게다가 대한항공 측은 피해자가 B씨 사건 후 발생된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당한 인사이동의 조사요구를 3개월 동안 방치했다. 더 이상 이를 참지 못한 A씨는 조원태 회장에게 의견서를 보냈고, 이후 비로소 추가 조치가 이뤄졌다.

[▲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실제로 피해자 진정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A씨가 작년 12월27일, 올해 1월21일, 2월17일 세 차례에 걸쳐 성희롱 등 관련 조사 촉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담당자는 조원태 회장에게 3월23일 의견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A씨는 “담당자가 ‘설사 피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할 것 아니겠느냐, 추가 조사를 하기가 곤란하다’고 했다”며 “또 담당자는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절차를 밟으면 피해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질 수도 있다’고 말하며, 피해자 입장에서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할 회사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다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는 회사의 방관자적 태도로 인해 2차 가해를 할지 모르는 근무지에서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분을 보호하고, 2차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할 회사가 사건을 은폐·축소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A씨는“ 꺼내기조차 고통스러운 강간 미수 성범죄 사건의 기억을 소환하고 건강한 조직을 위하여 수많은 고민 끝에 회사에 알렸는데, 이후 회사가 추가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좌절했다”며 “이것은 대한항공이 문제가 생기면 덮고자하는 조직문화이며, 개선의지와 상관없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딸아이를 가진 엄마이자, 아내이고 대한항공과 함께 발전하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 계기로 조직문화가 바뀌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그 날에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제 딸, 그리고 후배들이 저와 같은 고통 없이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전문가는 이 사건과 관련해 회사가 조용히 무마하려는 방식으로는 예방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사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제대로 된 조사나 징계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무마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될 때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물론 예방효과가 없다”면서 “회사 내부에서 제대로 된 조사나 심의, 징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소장은 “예컨대 조직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조사와 징계가 이뤄져야지 사내에서도 학습효과가 발생하고 예방조치가 될 수 있다”며 “성폭력으로 신고된 사항은 회사가 반드시 심각하게 인지하고 징계해야 향후에 그 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동 사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한편 피해자 A씨는 가해자와 대한항공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물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혐의로 진정을 넣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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