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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넘어 평등으로③] 성소수자도 동등한 시민이다…“차별금지법은 특혜 아닌 평등”

변희수 하사·숙명여대 입학취소 등 트랜스젠더 차별사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소수자 인권보장·개선 가능할 것”
승인 2020.11.17 02:16
2020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0.04.07 11:14]

성소수자 의제는 차별금지법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이슈다. 보수 개신교계에서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지향’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차별금지법의 통과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강제전역 조치된 변희수 전 하사,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A씨 등 두 명의 트랜스젠더가 차별을 받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게 됐다. 본지는 트랜스젠더 두 명을 만나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한 차별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김태규 기자] 지난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다. 이 날은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기념일로,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드러내고 차별에 반대하기 위한 국제 기념일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명확히 드러나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성전환 수술로 인해 강제전역 조치된 트랜스여성(지정성별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별을 정정한 여성) 변희수 전 하사와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했으나 학내 반대 분위기에 입학을 포기한 트랜스여성 A씨의 사례다.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차별

변 하사는 임관 후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중 지난해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자신이 다른 성별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변 하사는 소속 부대에 성전환 수술 의사를 밝히고 여행 허가를 받아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한 변 하사는 진료를 위해 군병원에 입대했으며, 군병원은 그에 대한 의무조사를 실시해 군 인사법 시행규칙의 심신장애등급표를 근거로 ‘심신장애 3급’ 판정했다.

이후 육군은 변 하사에 대한 전공상심의에서 본인이 스스로 장애를 유발했다고 보고 비전공상판정을 내린 뒤 지난 1월 22일 전역심사위를 열어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변 하사는 이후 지난 2월 10일 청주지방법원에서 법적 성별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이 정정됐다.

A씨는 법적 성별정정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숙명여대 법과대학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그러나 입학하기도 전에 숙명여대 내부 TERF(트랜스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 일명 터프)들의 격렬한 입학 반대에 부딪혀 스스로 입학을 포기했다.

입학등록 전 만들어진 숙명여대 합격생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는 A씨를 조롱하며 입학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며 트랜스혐오적인 발언도 나왔다. 이 단체대화방에는 숙명여대 합격생인 A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혐오발언에 두려움을 느낀 A씨는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A씨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꿈이 누군가에겐 의심의 대상일 뿐이었다”며 “내 삶을 끊임없이 무시하고 반대하는 언행이 두려웠다”고 입학포기 이유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별이분법적 공간은 차별

이 같은 사례를 두고 트랜스여성 강은하씨는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을 받지 않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전에 설비회사에서 경리부 직원으로 일할 때였는데, 다른 직원이 ‘여자가 왜 화장도 안 하고 오느냐’라고 하더라고요. ‘아파서 화장을 못했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립스틱이라도 발라야지’라면서 화장을 종용하더라고요.” -트랜스여성 강은하씨

법적 성별정정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많은 차별 상황에 놓이게 된다.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은) 비수술(성기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인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은 트랜스젠더들이 구직 과정과 직장 내에서 많은 차별을 겪는다고 했다.

“저는 법적 성별정정을 하지 않았는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센터에서 공무원 상사가 여성 옷을 입고 다니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저를 괴롭혔어요. 그게 일을 그만둔 계기가 됐죠.”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트랜스젠더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성별정정이 된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도한 본인인증 요구를 받기도 한다.

“투표권을 행사할 때가 가장 어려워요. 투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면 법적 성별이 드러나잖아요. 투표를 하기 위해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투표를 포기하는 분들도 많아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또 임씨는 트랜스젠더가 성희롱·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신고를 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가 피해를 신고하면 오히려 취조를 당하게 돼요. ‘네가 꼬드긴 거 아니냐’, ‘법적으로 남성인데 대체 어떻게 피해를 당했다는 말이냐’, ‘당신 대체 어던 사람이냐’라면서 말이죠. 전반적으로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별에 놓이게 되죠.”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성별분리공간은 트랜스젠더에게 차별경험을 겪는 장소다. 탈의실, 화장실, 목욕탕 등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뉘는 공간에는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가 성별분리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트랜스젠더들은 그런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해요. 법적 성별정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들어가면 경범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화장실도 가기 싫어서 밖에서는 물도 잘 마시지 않아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공간이 트랜스젠더에게는 갈 수 조차 없는 공간인 것이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신문 한관우 인턴기자]

“차별금지법 통해 다양한 차별사례 막을 수 있어”

임 위원장은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가 사회를 살면서 적어도 소수자라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선언적인 의미를 갖는 법이에요. 또 실정법으로도 작용할 수 있고요. 차별의 사유는 한 가지일 수 없어요. 장애인이면서 성소수자일 수도 있고, 이주민이면서 여성일 수도 있기 때문에 차별의 사유는 복합적이고 다양해요. 때문에 한 가지 차별사유에 대응하는 법으로는 개인이 겪는 다양한 차별에 대응할 수 없어요. 모든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야 해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강씨는 혐오범죄 방지법을 통해 처벌조항이 없는 차별금지법을 보완하기 위해 혐오범죄 방지법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은 처벌규정을 두지 않아요. 그런데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할 경우 처벌받는다’는 등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어요. 처벌조항이 없는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차별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가의 통계, 연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끊임없이 개정하고 시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해요. 차별의 문제점과 발전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트랜스여성 강은하씨

임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에 처벌조항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개별적인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서 만든 법안도 처벌조항이 없어요. 원래 차별금지법은 2007년 법무부에서 만들려고 했는데, 여기에는 17가지 차별금지 사유가 있고, 이를 학교, 행정기관 등 공공영역과 직장에 적용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는 취지였죠.

차별금지법이 선언적인 의미로 갖는 기능은 다양한 소수자들이 요구하는 차별철폐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는 거예요. 차별금지법을 통해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법령·제도 개선이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2018년 10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10.20 평등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동등한 출발선 만드는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뿐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차별을 겪는 여성의 인권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직장 내 성차별도 차별금지법을 통해 개선될 수 있어요. 차별금지법을 근거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고 성평등한 직장문화를 만들면 당연히 민간영역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차별금지법이 마련되면 성별임금격차 해소가 용이해질 거고, 직장 내 성평등 교육, 인권교육도 잘 이뤄질 수 있죠. 그래서 여성운동계도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함께하고 있어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사람은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당장 내일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외국으로 이주해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소수자가 돼 차별을 몸소 겪게 된다면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때문에 차별금지법은 소수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법이 아닌, 평등하게 살기 위한 법이다.

“차별금지법을 특정한 사람들에게 특혜, 특권을 주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차별금지법은 소수에게 특혜를 주는 법이 아니라 출발선을 같게 하고, 불평등을 평등하게 만들자는 법이에요. 그런 오해가 불식되면 좋겠어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푸른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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